20251024









Brindisi → Polignano a Mare
브린디시의 주차장 어귀에 내리자
햇살에 반짝이는 올리브나무가 가장 먼저 나를 반겼다.
돌길 옆에 떨어져 있던 작은 열매 하나를 주워 들었는데,
그 따뜻한 온기 속에서 이 남쪽 도시의 인사를 느꼈다.
바다를 향해 걷다 보면
짭조름한 바람이 머리칼 사이를 스쳐 지나가고,
수백 년의 시간을 품은 돌계단이
묵묵히 그 자리에 서 있다.
로마의 길이 끝나던 곳 —
Via Appia의 마지막 기둥 앞에서
나는 잠시 걸음을 멈췄다.
오후가 깊어지자
시에스타의 골목은 숨을 고르듯 고요해졌다.
닫힌 셔터 너머로 흙냄새와 빵 굽는 냄새가 스며나오고,
바람 한 줄기만이 좁은 골목을 천천히 지나갔다.
그 순간, 도시의 시간과 내 시간이
나란히 멈춘 듯했다.
그 길의 끝에서 나는 폴리냐노 아 마레로 향했다.
⸻
도시의 입구를 지키던
소나무 같은 가로수들이 바람에 흔들리며 나를 맞았다.
그라나다의 골목을 닮은 길이 이어지고,
절벽 위로 걸린 다리를 건너며
순간, 론다가 스쳐갔다.
하얀 벽 사이로 떨어지는 빛,
파도 소리와 사람들의 웃음이 뒤섞인 골목들.
도시 전체가 바다 위에 떠 있는 것 같았다.
브린디시가 시간의 끝이라면,
폴리냐노 아 마레는 기억의 시작이었다.
오늘의 바람이 내 마음을 데려간 곳,
그곳에서 나는
조용히 하루의 페이지를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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