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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과 빛 사이, 마테라의 하루

withhajin 2025. 10. 26. 07:52


오후의 마테라는 햇살에 잠긴 도시였어요.
하얗게 빛나는 석회암 벽 위로
시간이 천천히 내려앉는 것 같았죠.

좁은 골목마다 삶의 흔적이 스며 있고,
문턱 앞엔 화분 하나, 마른 빨래 몇 줄,
그리고 그 안에서 이어진 수천 년의 이야기가 조용히 숨 쉬고 있었어요.

사람들이 이곳에서 살기 시작한 건 약 9,000년 전이라고 해요.
바위를 파서 만든 집, 사씨 디 마테라(Sassi di Matera).
오랜 세월 동안 이곳은 ‘가난의 상징’으로 불렸지만,
지금은 세계가 지켜보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 되었어요.

노을이 찾아오자, 돌벽이 금빛으로 물들었어요.
빛이 사라질수록 도시가 더 따뜻해지는 게 신기했죠.
마치 낮 동안 머금은 햇살을
밤의 불빛으로 천천히 돌려주는 듯했어요.

해가 완전히 저물고 나면,
마테라는 고요한 별빛 아래에서 다시 깨어나요.
수천 개의 창이 불을 밝히면,
돌의 도시가 마치 하늘의 별자리처럼 반짝이죠.

돌로 지어진 도시,
그 안에서 여전히 살아 있는 시간.
낡지 않고, 사라지지 않고,
그저 그대로 존재하는 아름다움.

오늘도 마테라는 그렇게
조용히, 그러나 단단하게 빛나고 있었어요.